보성군, 노동력 착취한 일본인 이름 딴 중도방죽 안내판 논란 소설 태백산맥,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때 실제로 벌교읍에서 총살이 이뤄졌던 과거 언급 위종선 기자 news2456@naver.com

2023년 07월 14일(금) 09:22

보성군이 설치한 중도방죽 표지판과 벌교읍 꼬막전망대 건립 사업에 중도방죽을 알리는 문구 전경[사진=플래시뉴스]

보성군(군수 김철우)은 노동력을 착취한 일본인 중도(中島·나카시마)의 이름을 따 붙여진 표지판 ‘중도방죽’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중도방죽은 일본인 중도의 이름을 따서 붙인 방죽이며, 일제강점기 실존 인물인 ‘중도’가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방죽(뚝)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20리 방죽 쌓기에 동원됐던 당시 주민들의 한이 맺힌 곳으로 알려졌다.

또 벌교읍에 대한 아픈 과거를 상세히 직필한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에서 방죽을 쌓는 고된 노동을 죽지 못혀 사는 가난한 개, 돼지 겉은 목심덜이 목구녕에 풀칠허자고 뫼들어 개돼지 맹키로 천대 받았던 사실들을 기재했다.

하지만 보성군은 중도방죽에 대한 선례를 알고 있는 지역 어르신들의 아픈 과거를 마치 무시하듯 ‘중도방죽’ 표지판을 2017년에 설치했다.

특히 표지판에는 중도방죽은 일제강점기 실존 인물인 ‘중도’가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뚝으로 그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소설 ‘태백산맥’중 ‘저 방죽에 쌓인 돌뎅이 하나하나, 흙 한삽 한삽 다 가난한 조선 사람덜 핏방울이고 한 덩어린디, 정작 배불린 것은 일본놈덜이었응께, 방죽 싼 사람들 속이 워쩌겠소’라는 구절을 통해 당시 작업이 수월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또 2022년 벌교읍 꼬막전망대 건립 사업을 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중도방죽을 알리는 문구까지 설치해, 방죽 유례를 알고 있는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보성군 관계자는 “태백산맥과 연관이 있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명칭 변경은 공무원이 바꾸는게 아니고 주민들이 원하면 바꾸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반면 향토문화 관계자는 “아픈 과거를 잊기 위해서라도 일제강점기에 노동력을 착취한 일본인 이름을 딴 방죽 명칭은 변경하는게 맞다”고 성토했다.

벌교읍에 거주하고 있는 K(남)씨는 “2019년 10월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친일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은 바 있다”며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선된 김철우 군수는 일본잔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한편 소설 태백산맥에서도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때 실제로 보성군 벌교읍에서 총살이 이뤄졌던 과거를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