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작가의 북칼럼> “위대한 어머니를 그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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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상
<최작가의 북칼럼> “위대한 어머니를 그림 속에서”
어른을 위한 김용택 시인의 <자갈길> 그림책 출간
  • 입력 : 2021. 07.30(금) 22:30
  • 북칼럼리스트 최경필
자갈길 표지[사진= 북칼럼리스트 최경필]
“어머니가 뽀얀 먼지 속에서 자갈을 잘못 디뎠는지,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어머니! 흙먼지 속을 걷고 있는 어머니를 소리 내어 크게 부르고 싶었다.”

울퉁불퉁 자갈길을 걸어보지 않는 자는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하지 말라. 그 길에는 쓰디쓴 인내와 외로움, 그리고 찌든 가난의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 그 상처를 이겨내고 오늘의 여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이제 자갈길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검은 아스팔트와 회색 콘크리트 길만 남아 있는 도시화와 산업화는 우리에게 ‘자갈길'이란 추억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걸어보았을 자갈길에는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가난과 희생이 숨겨져 있음을 말해주는 그림책이 세상에 나왔다.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그림책 ’풀과바람(바우솔)‘이 펴낸 ‘김용택 시인의 자갈길’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주리 작가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 돋보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책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엮은 <한계령을 위한 연가> 등을 그림으로 그려 널리 알려진 주리 작가의 그림이 김용택 시인이 겪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슬프면서도 너무 슬프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그 시절 누구나 겪어봤을 ‘육성회비의 독촉’에서 차마 그 말을 못해 학교 가는 길이 천근만근 무거웠을, 가난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걸었을, 그 자갈길은 얼마나 투박스럽고 힘겨운 길이었을까. 탈탈 털어 돈을 쥐어 주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오랫동안 남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되어 오십, 육십이 넘어가는 나이에도 뚜렷한 잔영으로 남아 있음을 고백하는 이 그림책에 푹 빠져 보길 소망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어머니’이다. 이 땅에 ‘어머니’라는 말 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말이 있을까. 이 땅에 ‘어머니’라는 말보다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김용택 시인의 자갈길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전 같은 책이다.

학교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진 시인은 돌아갈 차비가 없어 자갈길 사십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자갈길을 걸어온 아들을 본 어머니는 마당에서 놀던 닭을 잡아서 장에 내다 팔아 육성회비를 아들 손에 쥐여주고 그 자갈길을 홀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간다.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신은 빈털터리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 그림을 넘어 우리 가슴에 먹먹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요즘처럼 자갈길을 걸어볼 기회조차 없는 신세대에게는 ‘자갈길’이 주는 아픔과 깊은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매끈한 아스팔트 길을 터벅터벅 걸어 가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전거로 빨리 달리는 세대에게 ‘자갈길’에 숨어 있는 부모 세대의 가난과 사랑, 추억과 그리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을 통해 그 깊이까지는 이해할 수 없더라도 자식을 향한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을, 세대를 넘어 그림으로 느껴볼 수 있는 추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북칼럼리스트 최경필 flash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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