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서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가 하동군은 홍수대책 명분으로 섬진강이 훼손될 경우 4대강 사업하고 다를 게 없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했던 섬진강 범람을 막는다는 이유를 들어 하동군이 대규모 준설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동군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익산청)과 함께 섬진강 하구유역인 신비지구, 두곡지구 등을 중심으로 신비지구는 하동군이 총사업비 45억 8천400만원으로 퇴적토 47만 3천㎡를 준설하고, 두곡지구는 익산청에서 54억 8천500만원을 투입해 80만 8천750㎡를 준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진강협의회는 “1980년대 초 여수·광양 국가산단이 대규모로 조성되면서 골재용으로 섬진강 모래가 무작위로 준설돼, 섬진강 하구 농·어업인들의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며 “염해피해와 재첩·참게 등 생물종 서식지 파괴로 하루아침에 섬진강 고유 자연환경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섬진강유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더 이상의 파괴를 중단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2004년 12월 섬진강 행정협의회가 섬진강 골재채취 휴식년제를 영구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무분별한 골재채취가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그러나 이후로도 섬진강유역 지자체 일부는 퇴적토가 쌓여 물길을 막는다는 이유를 들어 틈만 나면 준설을 주장했고, 일부 지역은 암암리에 시행되기도 했다”며 “오늘의 섬진강은 과거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홍수기를 제외하면 맨몸으로도 도강이 가능할 정도로 유하량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들은 “하동군이 주장하는 섬진강 범람은 대부분 수자원공사의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물관리로 발생했고 이를 증명하는 사후 조사보고서에도 확인이 가능하다”며 “일부 지자체가 경쟁하듯이 섬진강 본류와 지류천에서 무리한 관광지 조성, 상업시설 허가, 도로 확장공사 등을 감행해 물길을 막은 나머지 국지적으로 범람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거론했다.

섬진강협의회는 “오늘의 섬진강 물은 섬진강 유역 주민들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강물 대부분이 농업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섬진강을 벗어난 지역에 팔려나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는 오롯이 섬진강 사람들 몫이다”고 표명했다.

이어 그들은 “섬진강물이 섬진강의 것이 되지 못해 갈수기 때는 갈수로, 홍수기 때는 홍수로 끊임없이 반복된 피해가 발생한다”며 “그때마다 피해를 입은 섬진강 사람들에게서 서둘러 주권을 빼앗고 이때다 싶어 수계권 일부 지자체 관료들은 얄팍한 속셈으로 섬진강 주인행세를 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그들은 “물의 배분과 관리는 섬진강 사람들의 몫이다”며 “섬진강 사람들을 배척하고 일부 관료나 정치인 중심으로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하면서 섬진강 전체를 마치 저들 생각대로 유린하는데, 이 같은 작태를 멈춰야 한다”고 표출했다.

이어 그들은 “섬진강 행정협의회에서 결정한 영구 휴식년제는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며 “하동군의 결정이 나머지 유역 지자체에게 또 다른 명분을 주어 섬진강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는 “이번 하동군과 익산청의 결정에 단호히 반대하며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섬진강유역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나아가 전국 5대강유역 환경협의회와 함께 오늘의 결정이 백지화되도록 강력하게 맞서 나아갈 것이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