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필 칼럼니스트

전남 최초의 순교자 양용근(본명 양용환) 목사는 광양출신이다.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펼치다가 차가운 감옥에서 절명하신 분이다. 감옥에서도 동방요배, 즉 일본 천황을 향해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절하는 것까지 거부하다가 간수들의 폭행으로 순국하신 애국열사이다.

그의 고향이 광양시 진월면 오사리 694번지이고, 일본대 법대를 나와 총독부 관리 진출로 출세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는 일제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오사리 오추마을에 육영학원을 세워 후학양성을 했던 민족교육자였다. 그리고 평양신학교를 다니면서 광양읍교회 전도사로도 시무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많은 목사들이 감옥에 갔지만, 감옥 안에서도 동방요배 등을 거부하며 일제에 항거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된 자만 2천여명에 이르고 2백여 교회가 문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이기풍, 양용근, 조용학, 주기철, 최봉석, 최상림 목사 등 50여 명의 순교자가 나왔다.

이 순교자 중에 호남 출신은 양용근 목사뿐이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양용근 목사 보다 손양원 목사를 추앙했다. 그 이유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무릎을 끓었던 자기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6·25 전쟁 때 후퇴하던 인민군에 총살당한 손양원 목사를 우상화(?)하고 숭배했다. 그렇다고 자기들의 원죄가 숨겨졌을까.

그런데 1977년 구례군이 보훈청에 독립유공자 신청을 했다. 순교할 때 구례읍교회 담임목사를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본적도 구례군으로 조작(?)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인정하여 1977년 건국훈장 대통령표창을 추서했고, 1990년에는 다시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였다. 그렇다고 구례군이 양용근 목사 기념사업을 한다는 소식은 없었고, 구례읍 입구에 이선용 목사와 함께 순교기념탑만 세웠다.

광양시와 시민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 지금 생가도 남아 있고, 오사리교회도 남아 있다. 엄연한 광양 오추마을 출신을 구례군이 자기 동네 인물로 빼앗아 가도록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니 모르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광양시는 순국열사 양용근 목사의 선양사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보훈청에 본적지 수정을 요구해야 하고 광양지역 교회 지도자들도 양용근 목사의 순교정신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