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의대 유치 관련된 순천시 입장문과 전남도 입장문[사진=순천시·전남도 자료 캡쳐]

전남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2번씩이나 조사한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 방안 연구용역’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광역지자체로 몰릴 전망이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에서 민생토론회를 갖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남도에서 의과대학 유치를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의견 수렴해서 알려달라고 발표했다.

이에 김영록 지사는 순천대와 목포대가 운영하는 통합의대 설립에 방점을 두고 진행하는 과정에 추진 방향을 갑자기 선회하고 30년 묵은 숙원사업인 의과대학 선정을 위해 외부기관 용역을 통한 공모 방침을 발표했다.

이 같이 전남도가 제안 및 기준 등 조건도 없이 발표한 공모 조건에 순천시는 공모 평가항목과 기준 등 이해당사자와의 조정 없이 추진했다고 반발하면 전남도가 2차례에 걸쳐 진행한 의대 설립에 대한 용역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전남도가 용역에 대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단일의대 공모를 강행하자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 7일 순천대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노 시장은 “전남도의 의대 유치 추진에 대한 모든 행위는 신뢰성을 잃어 수긍할 수 없으므로 지금까지의 모든 용역 결과를 우선 빠짐없이 공개하라”며 “180만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모기준과 지표를 명시한 합당한 공모 방안 등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이해당사자 기관들과 협의와 합의를 거친 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민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권한 없는 전남도의 공모 결과로 인해 탈락한 지역의 회복할 수 없는 건강권 침해에 대한 대책을 각 지역 정치권, 지역민과 합의해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목포가 지역구인 최성국 도의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용역이 사장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2021년도에 2억 7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용역에 대한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전남도는 “공모가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기준을 정하는 것은 월권행위라 판단되며, 아직 수립하지 않은 기준에 의문을 두는 것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증원 규모는 400명으로 현재 2,000명 증원과 완전히 다른 여건에서 마련된 것이다”며 “과거 용역 세부자료가 지역별 유불리에 맞춰 편향적으로 이용된다면, 지역 갈등이 더욱 증폭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결과보고서인 요약서를 공개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동부권 시민단체는 “김영록 지사와 전남도는 참고용으로 보관하기 위해 2번씩이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맡긴 것인지 궁금하다”며 “각 부처도 공모사업을 받을 때 제안 및 조건을 제시한 상태에서 신청받는데 전남도가 아무런 기준도 없이 공모 받는거 자체가 잘못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일반적인 게임도 기본적인 룰을 정해 놓고 진행해야 공정한 게임이 된다”며 “룰이 없는 게임은 언제든 편파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남도가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자 동구권과 서부권에서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